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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 약정 맺고 근무한 미용사…대법 "근로자 아니므로 퇴직금 받을 권리 없어"
2021/09/09


미용실 원장과 동업 약정을 맺고 미용실에서 근무한 헤어디자이너(미용사)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미용사가 근로자인지에 대해 판단한 첫 대법원 판결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며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미용실 원장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청주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A씨는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일한뒤 퇴직한 미용사 B씨로부터 “4800만원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고소를 당했다. 퇴직금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게 돼 있으므로 결국 B씨가 A씨가 운영하는 미용실의 근로자인지가 중요한 쟁점이 됐다.

A씨는 B씨를 비롯한 여러 미용사들과 ‘A씨가 영업장소 및 시설을 제공하되, 매출액을 약정비율에 따라 미용사들에게 배분한다’는 내용의 동업 약정을 맺고 미용실을 운영해 왔다.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은 없었고, 미용사별 매출액도 각각 달랐다. 이에 대해 B씨는 “동업약정서는 형식적이고 실제로는 근로자였으며, 동업계약서 내용도 모르고 서명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과 2심 모두 A씨와 B씨가 각자의 사업을 운영한 별도의 ‘사업자’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을 확정지었다. 재판부는 “A씨는 동업약정을 체결하고 미용사들의 매출액을 구분해 정산한 다음 매월 각 미용사별 매출액에서 약정 비율에 따른 금액을 분배해 줬을 뿐, 기본급이나 고정급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A씨가 업무상 지휘·감독을 했다고 볼 정황도 없고, 영업시간이나 결근, 지각 등에 대해 감독하거나 제재한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미용사들의 영업시간이나 영업방식, 휴무일 등에 일정한 규칙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하나의 미용실을 공동사용하는 동업관계에서 일종의 영업질서라고 판단한 것이다.

미용사가 근로자인지에 대한 다른 하급심 판결들은 엇갈려 왔다. 지난 7일 서울북부지법 제2형사부(신헌석 부장판사)는 A씨와 같은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미용실 원장 C씨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C씨는 앞선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C씨가 미용사들의 근무 장소와 시간, 근무 방법을 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제재를 가한 점, 휴무를 위해선 C씨의 허락이 필요했던 점 등을 근거로 미용사들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미용사들의 기본급이 없고, 개인 매출에 따라 소득을 나눠 받았으므로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에 대법원이 선고한 것과 같은 이유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동업약정에 따라 큰 간섭 없이 개별적으로 일을 했다면 미용사도 자영업자라고 본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이 판결을 미용실 업계 전반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기세환 태광 노무법인 대표 공인노무사는 “미용실이 미용사의 출퇴근과 근무시간 등 근태를 철저히 관리하거나 시간 활용을 제한하고 위반 시 제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엔 지휘·감독이 인정될 수도 있다”면서도 “미용업은 개별 능력에 따라 소득이나 위상이 천차만별인 직업이라 종속적인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현실을 대법원이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용업계에 따르면 이용업과 헤어미용업 종사자는 18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진석/곽용희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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