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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품귀 팰리세이드…'공장 이기주의'에 증산 물거품
2021/09/12


공급 부족해 고객 계약 취소
현대차, 물량조정 나섰지만
울산4공장 노조 "딴데 못준다"

노조 내부 '집안싸움' 터져
생산라인 부익부 빈익빈 난제



[ 도병욱 기자 ]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 증산 계획이 무산 위기에 내몰렸다. 물량을 다른 공장에 배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노조의 반대 탓이다. 노조의 ‘공장 이기주의’가 현대차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를 미국에 더 많이 공급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 차량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물량이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팰리세이드는 매월 6000~7000대가 미국으로 수출되는데, 판매는 월 8000~9000대씩 이뤄지고 있다. 미국 판매법인은 한국에 2만~3만대가 한꺼번에 들어와야 공급 부족이 해소된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당장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팰리세이드는 울산 2공장과 4공장에서 생산되는데, 이들 공장은 팰리세이드를 더 만들 여력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팰리세이드는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차종이라 지금보다 두 배가량 더 팔릴 잠재력이 있다”며 “물량이 없어 소비자가 이탈하고 있고, 딜러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도 팰리세이드 인기는 여전하다. 2018년 출시된 차량이지만 여전히 한 달 이상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 내년 5월 팰리세이드 부분변경 모델(페이스리프트)이 나오면 물량 부족 현상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팰리세이드를 생산하는 방안을 노조에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에서 생산하던 물량을 미국으로 보낼 수 없다는 이유다. 현대차 생산직은 특근(주말근무)을 많이 할수록 임금을 더 받는다.

현대차는 차선책으로 4공장에서 만드는 다목적차량(MPV) 스타리아를 전주공장으로 옮기고, 4공장에서 팰리세이드를 더 생산하는 방안을 꺼냈다. 상용차를 만드는 전주공장은 몇 년째 생산할 물량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주공장 물량 부족 문제와 팰리세이드 공급난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자는 취지다.

이번엔 4공장 노조가 반대하고 나섰다. 자신의 물량을 다른 공장에 줄 수 없다는 이유다. 전주공장 노조가 환영의 뜻을 밝히고 현대차 노조 지도부도 이 방안에 찬성하는 뜻을 내비쳤지만, 4공장 노조는 막무가내로 반대하고 있다. 반대 집회까지 계획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공장에 주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전형적인 공장 이기주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노조 지도부도 “우리 내부에서 물량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면 또 다른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며 “고객 수요가 높은 차종을 빠르게 해소해야 현대차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도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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