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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애덤 스미스 vs 칸트…'난민 끌어안기' 철학자도 찬반 팽팽
2021/09/27


Cover Story
'난민 딜레마'

인간은 동정심을 지닌 동물
톨레랑스·지구촌 평등주의도
난민 수용 찬성론의 근거로

구명선에 너무 많이 타면 침몰
주거·의료·일자리 비용 큰 부담
난민 범죄·종교적 갈등 문제도



[ 고기완 기자 ]
난민을 바라보는 시각은 세 가지로 나뉩니다.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찬성론, 난민을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반대론, 각국의 결정에 맡기도록 하자는 절충론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시각에 더 끌리는지요? 이것은 선과 악, 좋음과 나쁨의 문제는 아닙니다. 세 가지 시각에는 그 나름대로 철학적, 사상적, 문명적 식견이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찬성론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찬성론은 지극히 일반적이고 상식적입니다. 찬성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애덤 스미스가 쓴 《도덕감정론》의 핵심 개념을 찬성론의 근거로 많이 듭니다. 애덤 스미스는 우리가 들어서 잘 아는 《국부론》의 저자이기도 하죠. 그는 원래 경제학자이기 전에 도덕철학자입니다. 그는 인간이 비록 이기적인 동물이기는 하지만 그 천성에는 연민, 동정의 감정을 지녔다고 봤습니다. 타인의 슬픔과 아픔을 함께하는 동류 의식, 즉 동정 동감하는 마음이 있을 때 우리는 도덕적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것이 인류의 정의감에 부합한다는 것이죠.

인류의 동정 동감이 발현된 사건이 2016년 9월 터키의 한 해변에서 발생했습니다. 세 살짜리 시리아 난민 아이의 주검 사진이 전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지구촌은 막연하게 알던 시리아 난민 사태를 직시하게 됐습니다. 지역 이기주의, 국가 이기주의를 넘어 지구공동체가 행동에 나서는 계기가 됐지요. 인근 터키는 물론이고 그리스,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가 난민 수만 명을 받아들였습니다.

‘톨레랑스’ 즉 관용의 정신도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자주 인용됩니다. 톨레랑스는 정치, 종교, 도덕, 학문, 사상, 양심 등의 영역에서 의견이 다를지라도 물리적 폭력에 호소하지는 않는다는 정신입니다. 난민은 난민을 받아들이는 나라의 국민과 많은 영역에서 이질적이지만, 톨레랑스의 정신으로 다름을 수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공동체주의도 난민 해결을 위한 이론으로 자주 거론됩니다. 공동체주의는 인간을 공동체의 공동선 혹은 공익을 추구해야 하는 존재로 규정합니다. 인간은 공동체적 존재로서 인간이라면 추구해야 할 공동의 가치가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는 겁니다. 잘사는 나라들이 양보해야 한다는 지구촌 평등주의도 난민 수용에 찬성하는 생각입니다. 난민은 국제 전쟁의 결과로도 발생하기 때문에 국제적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는 논리도 자주 등장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쓴 마이클 샌델 교수는 지구공동체가 난민 해결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찬성론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반대론
반대론을 들어보면 반대론도 설득력을 지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도덕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영구평화론》에서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이유를 내비쳤습니다. 칸트의 의견이 난민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은 아닙니다만, 난민 반대론자들은 그의 생각을 반대 근거로 자주 인용합니다.

칸트는 영원한 세계평화를 구현하기 위해서 6개의 예비조항, 3개의 확정조항, 추가사항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중 제3 확정조항에서 그는 “인간은 어디든 일시적으로 방문할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누구도 외국의 땅을 침탈할 권리는 없으므로, 외국인이 영속적인 방문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칸트는 이런 외국인의 권리는 원주민의 권리와 충돌할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국가 사이에 갈등이 일고, 이것이 자칫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난민은 영속적인 방문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칸트의 입장에서 보면 세계평화 구축에 부정적인 요소가 됩니다.

‘구명선 윤리’도 반대론의 하나입니다.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생물학자 개릿 하딘은 구명선에 너무 많은 사람이 올라타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순수한 정의감은 자칫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는 겁니다. 너무 냉혹한가요?

칸트와 하딘의 지적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직시하는 편입니다. 유럽 각국은 난민들을 받아들인 결과, 많은 문제를 안게 됐습니다. 이들을 위한 주거, 의료, 교육, 일자리 비용이 상상 이상으로 발생합니다. 난민에 의한 범죄와 종교갈등도 급증합니다. 자국민 사이의 찬반 갈등이 정치적 분열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헝가리와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에선 난민 반대를 주장하는 폭력 시위도 발생합니다.
난민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
난민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난민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난민 발생국의 정상화가 필수적입니다. 독재와 내전을 중지하고 무역과 상업을 발전시켜야 조국을 떠나는 난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세계에 자유와 법치주의, 세계시민법의 물결이 넘쳐야 난민이 줄어들 겁니다. 칸트는 세계 평화를 위해 각국이 독립된 상태여야 하며, 침략과 전쟁으로 독립을 깨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당연한 말인데도 세계는 이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
① 칸트가 쓴 ‘영구 평화론’은 짧은 글이다. 이것을 읽어보고 주요 내용을 토론해보자.

② 난민 찬성론과 반대론으로 나눠서 토론 배틀을 해보고 서로의 장단점을 얘기해보자.

③ 구명선이 하나뿐인데 태워야 할 사람은 많다고 할 때,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더 태우고 말지를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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