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경제 뉴스
고용부가 키운 '4년 혼란'…"받아간 연차수당 내놔라" 줄소송 예고
2021/10/20


"1년 계약직 연차 26일 아닌 11일"
고용부 해석 뒤집은 대법

고용부 "최장 26일 부여해야"
휴가수당 반환소송 잇따를 듯



[ 곽용희/최진석/백승현 기자 ]
1년 계약직 근로자에게는 연차휴가가 최장 11일만 발생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년 계약직 근로자에게도 연차휴가 26일을 부여하는 게 맞다”는 고용노동부의 기존 해석을 뒤집은 판결이다. 자영업자와 기업인의 연차휴가수당 반환소송이 잇따르는 등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재판장 이동원)는 노인요양복지시설 운영자 A씨가 이 시설에서 근무하던 요양보호사 B씨와 정부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난 14일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연차휴가의 목적은 다음 해에도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계약기간 만료와 동시에 근로계약이 유지되지 않는 1년 기간제 근로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B씨는 A씨가 운영하는 경기 의정부 요양원에서 2017년 8월 1일부터 2018년 7월 31일까지 기간제 요양보호사로 근무했다. 문제는 연차휴가 관련 근로기준법이 2017년 11월 28일 개정되면서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를 통해 “1년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최장 26일분의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B씨는 이에 따라 2018년 8월 A씨를 상대로 “26일치 미사용 연차휴가수당 71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B씨에게 미사용 연차수당을 지급하는 한편 B씨와 국가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소송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각각 제기했다.

1심은 근로자 손을 들어줬다. 2심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은 이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2017년 근로기준법을 개정한 것은 1년간 근무한 근로자에게도 11일의 유급휴가를 주려는 의도”라며 “이를 근거로 이듬해에도 일하는 근로자와 같이 15일의 연차휴가를 추가 지급해야 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1년 계약직 연차휴가는 26일 아닌 11일"
대법 "고용부 해석 잘못됐다"
“딱 1년 근무한 근로자에게 26일치 연차휴가수당을 주라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고용노동부가 행정해석을 제대로 했더라면 있지도 않았을 대법원 판결이다.”

‘1년 계약직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연차휴가는 26일이 아니라 11일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한 자영업자의 하소연이다. ‘고용부의 행정해석이 틀렸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이미 26일치 연차수당을 지급한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의 반환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근로자 권리 보호에만 몰두한 고용부의 잘못된 법 해석으로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로 고통받은 소상공인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핵심 쟁점은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딱 1년만 일하고 퇴직한 근로자에게도 26일치 연차수당 청구권이 발생하는지였다. 당초 1심은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1년 근무한 근로자에게도 26일치의 수당 청구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원심을 일부 취소하고 26일치가 아닌, 11일치의 수당 청구권만 인정했다. 대법원도 “근로기준법에서는 (아무리 장기 근속을 해도) 1년 최대 휴가일수를 25일로 제한하고 있다”며 “(고용부 해석대로라면) 1년 계약직 근로자에게 26일의 휴가가 발생하는데 이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연차휴가수당 청구권이 전년도 근로의 대가이기도 하지만 근로계약 지속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연차휴가 사용권은 1년간 근로를 마친 다음날 발생한다”며 “그 전에 퇴직해 근로관계가 종료된 경우에는 연차휴가 수당도 청구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연차휴가는 다음해에도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1년이 지나 (다음해에) 근로계약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 근로자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한 연차수당 반환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11월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고용부 지침에 따라 대부분 사업장에서 1년 계약직 근로자에게 26일치 연차수당을 지급해왔기 때문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1년 계약직 근로자는 163만여 명에 달한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기간제가 아닌 정규직 근로자도 딱 1년만 근무하고 퇴직하면 이 판결이 적용된다”며 “이미 지급된 연차휴가 수당에 대한 반환청구가 빈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공부문에서도 일대 혼란이 우려된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다수 공공기관에서도 1년 계약직에게 26일치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해왔다”며 “환수 과정에서 상당한 잡음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혼란의 배경에는 고용부의 잘못된 행정해석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고용부는 지난 4월 2심 법원이 고용부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판결한 이후에도 같은달 전국 지방고용노동관서에 “26일치 수당 지급이 맞다고 지도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정부 지침과 다른 법원 판결이 나오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아니고 기존의 대법원 판결과 헌법재판소 결정례를 근거로 한 해석”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현장 근로감독관들은 고용부 지침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한 근로감독관은 “사업주가 26일치 수당을 안 준다는 임금체불 진정이 들어와 검찰 지휘를 받아보면 임금체불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검사가 많았다”고 전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고용부의 행정해석 변경 여부가 주목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 의문이 없지는 않지만 행정해석 변경 등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라며 “판결문을 면밀히 살펴보고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진석/곽용희/백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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