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경제 뉴스
최악의 상황 닥친다
202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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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불확실"…최악 투자절벽 닥친다

韓銀 등 5개 기관, 내년 설비투자 최대 8% 감소 전망
치솟는 금리·부진한 수출·넘치는 재고…기업 투심 '꽁꽁'
반도체 분야는 더 암울…"본격적 침체 국면 직면할 것"



[ 김익환 기자 ] 내년 기업 설비투자가 올해보다 최대 8%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수출 감소로 재고가 쌓이고 있는 데다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여건까지 팍팍해지고 있어서다. 내년 ‘투자 절벽’이 고용과 소비 감소로 이어지면서 경제성장률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3.1%)을 포함한 5개 국내외 기관의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2.8%(평균)로 집계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0.7%)을 제외한 노무라증권(-8.2%) 한국금융연구원(-3%) 산업연구원(-0.3%) 등은 모두 투자가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3년 만에 가장 부진한 수치로, 올해(한은 전망 -2.0%)에 이어 2년 연속 설비투자가 줄어드는 것이다. 실제 국내 기업의 절반가량은 내년 투자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48%가 “계획이 없다”거나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다”고 답했다.


내년 설비투자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는 것은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 기업의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것과 관련이 크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설비투자를 올해의 절반 수준인 10조원 안팎으로 삭감하기로 했다.

기업 재고자산이 지난 9월 말 기준 180조원을 넘는 등 사상 최고로 불어난 것도 신규 투자를 줄이게 하는 요인이다. 창고에 재고가 쌓여가는 상황에서 새 설비를 들일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 수출과 판매가 꺾일 것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무역협회는 내년 한국의 수출이 올해보다 4%(276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설비투자 등 내수 지표가 정체되고 있다”며 “내년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지면서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침체 공포에…투자 백지화·무기 연기 속출
사업계획 보수적으로 짠다…악성 재고 181兆 사상 최고
“경기가 불확실합니다. 모든 산업계가 투자를 놓고 ‘신중 모드’로 돌아섰습니다.”(허세홍 GS칼텍스 사장)

“모든 기업이 내년 투자 규모를 조정할 겁니다. 우리도 꼭 필요하지 않은 투자는 조정하겠습니다.”(이상균 현대중공업 사장)

국내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내년 투자 계획을 보수적으로 짜는 건 물론 계획을 아예 백지화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한파’ 속에 내년 경기가 침체 국면을 이어갈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IT 설비투자 꽁꽁
7일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시설투자금 합계는 55조원으로, 올해(65조9000억원)보다 16.6% 줄어들 전망이다. 이 같은 전망치대로라면 내년 두 회사의 설비투자는 코로나19가 덮친 2020년(42조8000억원) 후 가장 작은 규모로 쪼그라든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올해 수준의 투자를 유지할 계획이지만, SK하이닉스는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연간 수십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업계는 물론 다른 제조업체들도 속속 투자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대한유화는 지난달 24일 3000억원 규모의 플라스틱 스티렌모노머(SM) 설비투자를 무기한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현대오일뱅크와 한화솔루션도 각각 3600억원 규모 정제설비 투자와 1600억원 규모 질산유도품 설비투자를 철회했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내년 정보기술(IT) 부문과 비(非)IT 부문의 설비투자가 올해보다 각각 13.2%, 0.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규환 한은 조사국 과장은 “반도체업체는 시황 악화에 따라 투자를 줄이고 있고, 디스플레이업체도 패널 가격 하락으로 투자 여건이 나빠졌다”며 “석유화학·철강업체도 전방산업 수요가 움츠러들면서 설비투자 계획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전했다.
180兆 ‘재고 폭탄’에 움츠러든 기업
기업들이 내년 투자를 줄이는 것은 우선 넘치는 재고 영향이 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화학 등 시가총액 30대 주요 상장사(금융회사 등 제외)의 재고자산은 지난 3분기 말 181조6222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보다 62조7092억원(52.7%) 불어난 규모로 사상 최대다.

가계 씀씀이가 줄면서 재고가 창고에 쌓여가는 상황이다. 재고가 늘면 제조업체들은 가동률을 낮추고 중장기적으론 설비투자를 줄인다. 10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4%로 전월보다 2.7%포인트 하락했다. 2020년 8월(70.4%) 후 최저 수준이다.

치솟는 금리도 석유화학·철강업체 투자를 옥죄고 있다. 이날 회사채 무보증 3년물(AA-급) 금리는 전날보다 0.024% 오른 연 5.411%에 마감했다. 지난 1월 3일(연 2.46%)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삼성중공업 두산퓨얼셀 같은 대기업들도 최근 연 7~8%대 금리로 회사채를 찍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연초 연 3~4%대 금리로 빌린 걸 감안하면 이자비용이 두 배로 불어난 것이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철강(30%) 정유(28.2%) 조선(25.8%) 등 제조업체들은 2018~2022년 설비투자금의 25~30%를 차입금으로 마련했다. 치솟는 금리가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부진한 수출도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통상 기업들은 수출 전망 등을 바탕으로 설비투자 계획을 조정하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는 내년 한국의 수출이 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수출은 1105억달러(약 144조원)로 올해보다 15%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탓이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내년 D램 평균 가격이 올해보다 30.6%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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