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경제 뉴스
연봉 1억 넘는데 "100만원 더" 생떼…중소기업 직원은 서럽다
2023/03/21


대기업發 임금 인플레 덮쳤다
평균 연봉 1억2000만원 돌파

시총 상위 20위 작년 연봉 5.2%↑
고임금→고물가→고임금 악순환




국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20위 기업의 직원 1인당 평균연봉이 지난해 1억2000만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고물가가 다시 고임금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한국경제신문이 이날까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시가총액 상위 20위 기업의 지난해 급여를 분석한 결과 직원 평균연봉이 1억2022만원으로 나타났다. 2021년 평균연봉 1억1425만원 대비 597만원(5.2%) 올랐다.

상당수 기업이 연봉을 두 자릿수 인상했다. LG에너지솔루션(10.0%), 삼성바이오로직스(16.5%), LG화학(16.5%), 기아(10.9%)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감한 삼성전자(1억3500만원)는 6.3% 감소했다. 창사 이후 처음으로 평균연봉 1억원을 넘어선 기업도 많았다. 현대자동차(1억500만원), 현대모비스(1억800만원), LG전자(1억1200만원) 등이다.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업계를 시작으로 2021년 이뤄진 사상 최대 수준의 연봉 인상이 지난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다시 임금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2021년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총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8.2%(개별 기준) 급증했지만,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14.7% 줄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인상폭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성 노동조합이 보호하는 대기업 정규직 위주의 높은 임금 인상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1000인 이상 기업의 임금 인상률은 5.6%에 달했지만, 300인 미만은 5.1%에 불과했다.

高임금→高물가 악순환에도…노조 "더 올려달라"
작년 시총 상위 20개 기업 직원…전년보다 평균연봉 597만원↑
국내 20대 기업의 ‘평균 연봉 1억원 시대’는 2021년 처음 열렸다. 정보기술(IT)업계를 시작으로 도미노 임금 인상이 이어진 결과다. 임금을 크게 올리지 않으면 인재 이탈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앞다퉈 연봉 인상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의 임금 인상 요구가 더욱 거세졌다. 여기에 강성 노동조합이 가세하면서 각 기업은 또다시 연봉 인상에 합의했다. 20대 기업 직원의 평균 연봉이 단숨에 1억2000만원을 돌파한 배경이다.
실적 악화에도 연봉은 올려
한국경제신문이 20일까지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시가총액 상위 20위 기업의 급여를 분석한 결과, 직원 1인 평균 연봉은 2021년 1억1425만원에서 지난해 1억2022만원으로 597만원(5.2%) 올랐다. 2021년 이들 기업의 평균 연봉이 두 자릿수(15.0%) 인상돼 작년 인상률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2021년과 달리 지난해 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했다는 점에서 ‘과도한 인상’이라는 지적이 많다.

20개 기업 중 17곳이 직원 평균 연봉을 올렸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0곳은 10% 이상 연봉을 인상했다. LG에너지솔루션(10.0%), 삼성바이오로직스(16.5%), LG화학(16.5%), 기아(10.9%), 포스코홀딩스(11.0%), 현대모비스(10.2%), 삼성물산(10.6%), LG전자(15.5%), 고려아연(10.5%), 삼성SDS(10.0%) 등 업종과 상관없이 대폭 임금이 올랐다. 작년 경제성장률(2.6%)과 물가상승률(5.1%)을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탓에 임금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시각도 많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은 “기존 노조에 더해 MZ 노조까지 임금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며 “연봉이 적으면 언제든지 이직하려는 직원이 늘면서 요구를 무시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일부 고위 임원만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데 대한 비판이 거세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고임금·고물가 악순환 고착화하나
그러나 작년 높은 물가는 2021년 사상 최대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고임금·고물가’의 악순환이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임금 인상이 올해 또다시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중소기업 직원의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양극화에 따른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결국 모든 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부 대기업 노조의 연봉 인상 요구는 그칠 줄 모른다. ‘반도체 혹한기’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가 올해 임금 기본 인상률을 1%대 수준으로 추진하자 노조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10%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작년 평균 임금 인상률은 기본 인상률(5%)을 포함해 9%였다.

지난해 처음으로 평균 연봉 1억원을 돌파한 현대모비스 노조는 ‘100만원을 더 달라’며 한 달째 본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1인당 300만원의 격려금을 받았지만 현대자동차가 1인당 400만원의 성과금을 지급하자 ‘현대차와 똑같이 달라’며 생떼를 부리는 모습이다.

상당수 기업이 여전히 연공서열식 호봉제에 기반한 임금 체계를 갖고 있어 한번 높인 임금을 다시 낮추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도요타가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를 전면 개편한 것처럼 ‘직무·성과형’ 임금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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