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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 통채 빌려 축하했는데"…대우전자 후신의 몰락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2023/09/22


대우전자 후신 위니아전자 '법정관리'
"2019년 첫 흑자 내며 기뻐했는데…"
이듬해 코로나19로 적자전환 이어져
30년 가까이 적자와 매각 거듭





"2019년 연간으로 처음 순이익 기준 흑자를 냈어요. 실적 집계가 끝난 날 본사 옆 치킨집을 통채로 빌려서 밤새워 마셨습니다."

대유위니아 직원들은 그날을 잊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2018년 대유위니아그룹에 인수된 이 회사는 그 유명한 대우전자의 후신이다. 치킨집에 모였던 이 회사 임직원들은 2020년 흑자폭을 더 키우자면서 얼싸안고 기뻐했다. 하지만 다음 해에 코로나19가 번지면서 이들의 다짐은 물거품이 됐다.

대우전자의 후신인 위니아전자는 20일 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2020년부터 갈수록 적자가 쌓이고 재무구조도 나빠진 결과다. 모회사인 위니아전자는 위니아전자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 회생절차를 밟았다. 자회사인 위니아전자의 부실이 그룹을 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결단이다.

1974년 출범한 대우전자는 카오디오 수출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전사업에 발을 디뎠다. 이 회사는 1983년 대한전선의 가전사업을 전격 인수하면서 당시 금성사(현 LG전자) 삼성전자와 함께 '가전업계 트로이카'로 발돋움했다. 대우전자는 1986년 김우중 회장 지시로 김치냉장고를 국내에서 처음 개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판매가 부진한 탓에 단종한 바 있다. 이 회사는 1987년에 대리점 1000개를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1993년. 대우전자는 뜬금없이 '탱크주의'라는 제목으로 광고를 시작했다. 당시 대우전자 가전제품은 삼성과 LG보다 제품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탱크처럼 단단한 제품으로 가전업계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내겠단 선언이었다. 이 회사의 배순훈 사장은 ‘탱크처럼 튼튼한, 그리고 고장 없이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한다’라는 모토를 내세웠다.

이 광고 효과 덕분인지 1990년대 중반 국내 가전업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TV 냉장고 에어컨을 비롯한 제품군이 다양하고 대우 시절 닦아 놓은 판매망이 해외 구석구석 깔린 덕분에 연간 1조5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다.

하지만 이 회사는 IMF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고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대우전자는 2006년 파산 후 워크아웃과 매각을 거쳐 대우일렉트로닉스, 동부대우전자로 이름을 바꾸면서도 ‘대우’는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해 대유위니아그룹이 대우전자를 인수하면서 현 사명인 ‘위니아대우’를 쓰고 있다.

1999년 대우전자는 다른 그룹 계열사와 함께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회사가 흔들린 이 회사는 매각 작업이 여러 차례 무산된 끝에 2013년 1월 동부그룹(현 DB그룹)에 인수된 뒤 동부대우전자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동부그룹이 2015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데다 동부대우전자의 적자는 이어졌다. 이 회사는 재차 매물로 등장하더니 2018년 대유위니아그룹에 편입되면서 위니아전자로 이름을 바꿨다.

위니아전자는 코로나19 이후 가전 판매가 움츠러들면서 재차 적자의 늪에 빠졌다. 2021년 순손실 758억원을 냈고, 부채비율은 1300%를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재무제표를 공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50년 동안 고난을 겪었던 이 회사는 결국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앞으로 재매각이냐 청산이냐의 길에 들어설 전망이다. 한때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위협했던 대우전자의 쓸쓸히 퇴장할 조짐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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