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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형제 독립경영' 나선다…계열분리 수순 밟나
2024/02/23


효성 '각자 경영' 체제로 간다

첨단소재 등 6개사 인적분할
조현상 부회장, 신설 지주사 맡아




재계 31위 효성그룹이 지주사를 추가 신설해 ‘형제 공동 경영’에서 ‘각자 경영’ 체제로 전환한다. 조현준 효성 회장(56)과 조현상 부회장(53)이 각각 이끌 계열사를 나눴다는 점에서 조만간 계열분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효성그룹 지주사인 ㈜효성은 23일 이사회를 열고 효성첨단소재,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홀딩스USA, 효성토요타, 비나물류법인(베트남), 광주일보 등 6개사를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회사 ‘효성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신설 지주사는 조 부회장이 맡는다. 조 회장이 이끄는 ㈜효성에는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효성ITX, 효성TNS, FMK 등이 남는다. 분할 비율은 순자산 기준으로 ㈜효성 0.82 대 ㈜효성신설지주 0.18이다. ㈜효성 매출은 19조원대, 신설 지주사는 7조원대다. 효성그룹은 오는 6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회사 분할 안건을 승인한다. 7월 1일부터 두 개 지주사로 재편된다.
효성신설지주 7월 출범…효성첨단소재 등 6개사 인적분할
신설지주, 삼남 조현상이 맡기로…조현준 회장은 기존 ㈜효성 경영
효성그룹이 ‘형제 공동 경영’을 시작한 건 2018년 지주사 체제로 개편하면서다. 맏형인 조현준 효성 회장은 섬유를 비롯해 중공업과 건설 분야를, 셋째인 조현상 부회장은 첨단소재를 책임지며 주력 분야를 명확히 나눴다.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경영권 분쟁 등의 여지를 최대한 없애면서 후계자들의 경영 능력을 판단하겠다는 조석래 명예회장의 의중이 담겼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렇게 6년 동안 이어진 공동 경영에 대해 시장이 합격 판정을 내리자, ‘각자 경영’으로 새출발하기로 한 것이다.
○장기적으로 신설지주 분리
지주사 효성은 23일 이사회를 열고 효성첨단소재 등 계열사 6사를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회사 ‘효성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오는 6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지주사 설립안이 최종 확정된다.

효성은 존속법인이 신설법인을 자회사로 두는 물적(物的) 분할이 아니라 존속법인 주주들이 일정 비율로 신설법인 지분을 나눠 갖는 인적(人的) 분할 방식을 택했다. 기존 지주사 ㈜효성은 조 회장이 그대로 대표를 맡는다. 신설 지주사는 조 부회장이 대표를 맡는다. 자산은 존속지주 0.82 대 신설지주 0.18 비율로 분할된다. 이후 두 형제가 독자 경영하던 계열사를 포함해 54개 계열사가 재편된다.

조직 개편의 핵심은 두 형제의 독립 경영이다. 두 지주사가 각각 이사진을 꾸리는 것은 물론 머지않은 시기에 지분 정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조 회장은 그룹 내 4대 핵심 계열사 중 효성티앤씨와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 세 개 회사를 맡는다. 조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 등 소재 사업을 중심으로 꾸린다. 산업계 관계자는 “지분 정리를 통해 신설지주회사가 효성그룹에서 완전히 떨어져나가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전했다.

재계에선 “조 명예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막기 위해 형제가 그동안 맡았던 사업 분야 위주로 명확하게 분리했다”고 평가한다. 효성은 10년 전 ‘형제의 난’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은 바 있다. 2014년 조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조 회장과 주요 임직원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한 데서 시작됐다. 수년 동안 법정 분쟁을 겪은 뒤 조 전 부사장이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그룹을 떠났지만 오너 일가엔 큰 상처로 남았다. 업계 관계자는 “두 형제와 조 명예회장, 이사회 등이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 각자 맡을 회사를 나눴다”고 말했다.
○기업 가치 높일 방안 고심
핵심 계열사를 이어받는 조 회장의 주변 상황은 녹록지 않다. 효성중공업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실적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2022년 기준으로 세 회사의 영업손실 합계는 699억원이다. 효성티앤씨는 주요 제품인 스판덱스 가격이 사상 최저로 떨어지고,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등 섬유 제품 수요도 감소해 타격을 입었다. 폴리프로필렌(PP) 등을 생산하는 효성화학은 경기 둔화에 따른 석유화학 수요 부진과 중국 기업의 공급 과잉으로 위기다. 2022년 3367억원, 지난해 1888억원 적자를 냈다.

조 부회장이 맡게 될 ㈜효성신설지주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지주사의 핵심 계열사가 될 효성첨단소재는 타이어의 소재인 타이어코드 글로벌 점유율 1위다. 하지만 경기 침체 장기화로 타이어 교체가 줄며 소재 수요도 함께 줄었다. 효성첨단소재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2023억원과 1724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3151억원에 비해 45.2%가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연구개발(R&D) 중심의 다양한 신사업과 인수합병(M&A) 기회를 모색해 그룹 규모를 성장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효성그룹은 독립 경영을 통해 각 기업이 지닌 전문성을 강화해 업황 부진을 돌파하겠다고 밝혔다.

또 계열분리가 이뤄져도 소재 3사 간 공급망은 이전처럼 이어질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우섭/김형규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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