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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1년, CEO만 덤터기 썼다
2023/01/19


기소 11건 모두 "대표이사 책임"


[ 김진성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간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기업은 모두 대표이사가 법정에 선 것으로 나타났다. 법 시행 전부터 경영계가 우려한 ‘최고경영자(CEO) 재판’이 현실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을 시행한 지난해 1월 27일 이후 이날까지 검찰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사건은 총 11건이었다. 11건 모두 대표이사가 경영책임자로 인정돼 재판에 넘겨졌다.

최고안전책임자(CSO)를 뒀음에도 대표이사만 기소되는 일도 벌어졌다.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은 지난해 11월 중견 조선사인 삼강에스앤씨와 이 회사 대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CSO가 있지만, 대표이사가 실질적으로 안전보건 확보에 관한 결정권을 행사한 경영책임자라고 판단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경영책임자로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는 수사 단계에서 중대재해법 위반 정황이 확인되면 대표이사가 재판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사실로 드러났다고 보고 있다. CSO의 권한과 책임을 체계적으로 규정해 운용하고 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CEO가 형사 책임을 지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시작한 만큼 중대재해 재판은 올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대검 중대재해 자문위원회 위원장인 권창영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앞으로 나올 하급심 판결들은 대법원 판례가 확립될 때까지 중대재해 재판의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며 “중대재해법 위반죄 성립과 양형을 두고 기업과 검찰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전 확보' CEO 책임범위 모호…기업-檢 치열한 법리다툼 예고
CSO 뒀는데 대표이사만 기소도…권한·책임 입증 여부 '관심 집중'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법 시행 8개월 후인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단 한 건에 불과했다. 사고는 속출했고, 수사도 대대적으로 벌였지만 전문가인 검찰조차 새 법을 기준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까지 오랜 고민이 필요했던 탓이다. 그랬던 검찰이 최근 3개월여간 10개 기업을 추가로 기소하면서 중대재해 사건 처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한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법인은 최대 50억원까지 벌금을 내야 한다.
법조문 해석 다툼 가열 조짐

중대재해처벌법 재판에서 유죄가 나오려면 크게 △안전보건 확보의무 미이행 △사고와의 인과관계 △예견 가능성 △고의성이 동시에 입증돼야 한다. 기업이 법에서 요구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일어났고, 사고 발생 가능성이 예견됐음에도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상태를 방치했다는 근거가 필요하다.

법조계에선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 여부를 둘러싸고 가장 첨예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명확하지 않은 규정으로 인해 기업과 검찰이 각자 유리한 대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사업주의 예산 편성·집행 의무를 규정한 내용이 대표적이다. 중대재해법 및 시행령에는 ‘사업주가 재해 예방을 위해 시설, 장비 구비 등에 쓰는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만 기재돼 있다. 어떤 식으로 얼마나 편성해야 하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 방침을 세워야 한다는 규정 역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어떤 방식이어야 설정했다고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이외에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게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게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데 필요한 권한과 예산’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위험 방지 조치’를 요구한 내용 등이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업은 각종 정황과 증거를 앞세워 법을 준수했음을 주장하며 수사기관의 유죄 논리를 깨려고 할 것”이라며 “법원 역시 수사·기소 과정보다 더욱 깐깐한 잣대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첫 기소 시점에도 관심
대기업의 중대재해 재판 사례가 언제 나올지도 산업계의 주요 관심사다. 지난 1년여간 대기업 생산 현장에서도 사고가 쏟아져 수사가 진행됐지만 아직 기소 여부가 결정된 곳은 없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 33건 중에서도 대기업은 현대제철, 쌍용C&E, 삼표산업 등 손에 꼽는다. 중대재해법 도입 전부터 많은 비용을 투입해 안전사고 예방체계를 구축하려고 한 대기업이 적지 않았던 만큼 수사기관 역시 위법 여부를 쉽게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중소기업 재판이 꽤 진행된 후에야 기소되는 대기업이 등장할 전망이다.

대형 로펌 중대재해 담당변호사는 “대기업들은 직접 법정 다툼을 통해 초기 판례를 만들긴 어려워졌지만, 그동안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했다면 유죄 판결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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