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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사고로 원청 총수까지 실형받나…삼표·한국제강 등 14곳 초긴장
2023/04/07


우려가 현실로…CEO 중대재해 첫 처벌
건설사 온유파트너스 대표, 징역 1년6개월 집유 3년

법원 "하청 노동자 추락사
안전대 등 조치 안 해"

지난달까지 14건 기소
향후 재판에 영향 미칠 듯



‘중대재해처벌법 1호’ 재판으로 관심을 모은 중소건설사 온유파트너스의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월 법 시행 후 최고경영자(CEO)가 형사처벌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줄줄이 예정된 중대재해법 관련 재판에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6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온유파트너스 대표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일단 법정 구속은 면했지만 집행유예 기간에 또 한 번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구속을 피할 수 없다. 김 판사는 “회사가 안전보건 규칙상 조치를 하지 않아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했다”며 “A씨 등이 의무 중 일부만 이행했더라도 사망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온유파트너스와 A씨 등은 경기 고양시의 한 요양병원 증축공사 현장에서 하청 근로자가 추락사한 사건으로 지난해 11월 말 기소됐다. 사망한 근로자는 안전대 없이 5층 높이(16.5m)에서 공사용 앵글을 옮기다가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회사가 유해·위험 요인 등을 확인 및 개선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고,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의 업무수행 평가 기준과 중대산업재해 대비 지침서도 갖추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 2월 회사에 벌금 1억5000만원,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번 판결은 중대재해 관련 첫 재판인 점, 하청업체의 과실을 원청업체의 최고경영자에게 책임을 물었다는 점 등에서 관련 기업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기소된 14건은 모두 대표이사나 그룹 총수가 책임자로 지목됐다. 한 대형 로펌 노동사건 담당 변호사는 “대표이사가 집행유예를 받더라도 향후 사고가 또 생기면 실형을 면하기 어렵다는 부담을 안은 채 경영을 해야 한다”며 “최소 집행유예라는 선례가 향후 예정된 다른 재판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CEO 처벌 '1호 판결'…"안전책임 의무 다하지 않았다"
온유파트너스 대표 집행유예 3년…구속 면했지만 또 사고땐 징역형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업 대표가 처음으로 유죄를 선고받는 결과가 나오자 산업계의 긴장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법정 구속까지는 되지 않았지만 첫 재판 결과를 두고 대표가 언제든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계열사 사고로 그룹 총수가 기소되는 일까지 생기면서 사고 한 건이 그룹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EO 재판’ 줄줄이 대기
6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온유파트너스를 포함해 삼표산업, 한국제강, 삼강에스앤씨, 두성산업 등 14개 기업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모두 대표나 그룹 총수가 경영책임자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졌다. 법조계에선 이날 온유파트너스 대표가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으면서 재판에서 검찰 측의 유죄 논리를 깨지 못하면 적어도 집행유예를 피하기 어렵다는 선례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한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검찰은 최장 징역 30년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양형 기준을 대폭 높였다.

이번 판결은 하청 근로자의 사망으로 원청 대표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요구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는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면, 하청 근로자 사고라는 이유만으로 원청 측이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온유파트너스를 포함해 하청 근로자의 사망으로 기소된 기업은 10곳에 달한다.
○계열사 사고를 그룹 총수가 책임지나
지난달 31일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계열사인 삼표산업의 사고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서 그룹 총수도 계열사 사고로 처벌받을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검찰은 작년 1월 29일 경기 양주시 채석장에서 무너진 토사 약 30만㎥에 삼표산업 근로자 세 명이 매몰돼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정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상 삼표산업의 경영책임자로 지목했다. 정 회장이 30년간 채석산업에 종사한 전문가로 사고 현장의 야적장 설치, 채석작업 방식을 최종 결정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기업들은 삼표산업 안전보건책임자(CSO)와 대표를 건너뛰고 정 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것을 두고 “CSO가 있어도 소용없다는 것이냐”고 반발하고 있다. 현재 SK지오센트릭, 현대제철, 여천NCC, 쌍용C&E 등 적잖은 대기업 계열사들이 중대재해 관련 조사를 받고 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이번 사례만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그룹 회장도 경영책임자로 해석돼 처벌받을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앞으로 기업들이 재판에서 더 공격적으로 법리 싸움을 준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재판에서 유죄가 나오려면 크게 △안전보건 확보 의무 미이행 △사고와의 인과관계 △예견 가능성 △고의성 등이 동시에 입증돼야 한다. 기업이 법에서 요구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일어났고, 사고가 날 가능성이 예견됐음에도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는 근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기업과 대표가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항소해 위법 여부를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고 예방에 쓰여야 할 돈이 법정 공방에 투입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시온/김진성/곽용희/민경진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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