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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간 전출, OOO 했다가는 파견법 적용 받는다

2022/11/30


한경 CHO Insight
김동욱 변호사의 '노동법 인사이드'





대규모 기업집단의 계열사 사이에는 근로자들을 이동시켜 특정 계열사의 전문성 부족 등을 보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법적 형식으로는 전적 또는 전출이 사용된다. 전적은 근로자가 소속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근로관계의 상대방을 변경하는 것을 말하며, 전출은 소속 회사에 적(籍)을 그대로 두고 업무만 다른 회사에서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전출의 경우 당연히 업무상 지휘나 명령은 다른 회사로부터 받게 되고, 임금 등은 어떠한 내용으로 약정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통상적으로는 소속 회사로부터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러한 전출의 외형상의 모습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와 상당히 유사하다. 소속 회사는 파견사업주, 다른 회사는 사용사업주의 포지션이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계열사 파견의 경우도 파견법을 적용하여 규율하여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었고, 전출과 근로자파견의 구별이 문제가 되었다.

양자를 구별하는 기준은 근로자파견을 업(業)으로 하는지 여부이다. 파견법 제2조 제2호는 근로자파견사업을 근로자파견을 업(業)으로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근로자파견과 유사한 외형을 가진 인력운용 방식도 그것이 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근로자파견으로 인정되어서는 안된다. 다만 이러한 법리에 대해 명시적으로 인정한 판례가 없었기에, 그 동안 인사노무 실무상 전출 업무는 다소간의 법리적 리스크를 안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에서 전출과 파견의 구별기준을 설시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사안은 피고 회사가 신규사업을 추진하면서 계열사로부터 다수의 근로자를 전출받은 사안이었는데, 원심판결은 전출을 받은 피고 회사와 전출을 보낸 계열사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출과 근로자파견 제도는 구별된다는 점을 밝히고 그 구별기준은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는지 여부라고 판시한 후, 이 사건의 경우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한 경우로 보기 어렵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19다299393 판결).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고유한 사업목적을 가지고 독립적 기업 활동을 영위하는 계열회사 간 전출의 경우 전출근로자와 원소속 기업 사이에는 온전한 근로계약 관계가 살아있고 원소속 기업으로의 복귀 발령이 나면 기존의 근로계약관계가 현실화되어 계속 존속하게 되는바, 위와 같은 전출은 외부 인력이 사업조직에 투입된다는 점에서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과 외형상 유사하더라도 그 제도의 취지와 법률적 근거가 구분되므로, 전출에 따른 근로관계에 대하여 외형상 유사성만을 이유로 원소속 기업을 파견법상 파견사업주, 전출 후 기업을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의 관계로 파악하는 것은 상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그리고 전출과 파견은‘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는 지 여부에 따라 구별되는데,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는 경우란 반복 계속하여 영업으로 근로자파견행위를 하는 자를 말하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근로자파견 행위의 반복·계속성, 영업성 등의 유무와 원고용주의 사업 목적과 근로계약 체결의 목적, 근로자파견의 목적과 규모, 횟수, 기간, 태양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며, 반복·계속성과 영업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파견 행위를 한 자, 즉 원고용주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위와 같은 법리 하에 대법원은 ① 원고용주가 근로자파견 대가나 수수료, 그와 동일시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였는지 여부가 근로자파견행위의 영업성 인정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계열사가 전출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한 후 피고와의 비용정산 계약에 따라 피고로부터 임금 상당액 등을 지급받았을 뿐 근로자 전출과 관련한 별도의 대가나 수수료 등을 취득하지 않은 점, ② 계열사의 주된 영업 분야, 자산 규모와 운영조직 등에 비추어 사업 목적은 근로자파견과 무관한 점, ③ 일부 근로자들이 계열사에 입사 후 바로 다른 회사로 전출되었으나 이는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한 피고와 계열사가 각 회사의 주된 사업 분야와 사업의 내용 및 특성, 신규 채용 인력의 향후 활용가능성 등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이는 점, ④ 전출근로자들은 원칙적으로 원 소속 부서로의 복귀가 예정되어 있었고 실제 사업 종료 후 전출근로자들이 계열사로 복귀하여 근무한 점에 비추어 근로계약 체결의 목적이 근로자파견이 아닌 점, ⑤ 기업집단의 사업상 필요와 인력 활용의 효율성 등을 고려한 기업집단 차원의 의사결정에 따라 이 사건 전출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⑥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 규정은 근로자파견의 상용화·장기화를 방지하고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 도모에 그 입법취지가 있는데, 원고들의 전출과 담당 업무, 복귀 경위와 그 이후의 상황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파견의 장기화, 고용불안 등에 처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의 경우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한 경우가 아니라고 봤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전출과 근로자파견의 구별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하고, 계열사 간 전출이 일정 기간 반복 계속되었더라도 영리적 목적을 갖고 업으로 하지 않은 이상 파견법 적용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다만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출에 관해서는 주의할 점이 있다. 업으로 근로자파견을 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형식적인 파견업 허가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이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계열사 간 전출이라도 전출의 규모가 너무 크다든지, 전출의 대가로 소속 회사가 받은 경제적 반대급부가 지나치게 크다든지, 전출의 기간이 지나치게 길거나 상시적으로 전출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형식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근로자파견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고용노동부도 “외형상 근로자파견과 유사한 이른바 ‘사외파견(전출)’은 사업주가 고용조정 또는 기술지도e경력개발 등을 목적으로 자기가 고용한 근로자를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협력회사e계열회사 등에서 일정기간을 근무하게 하는 것으로 이는 사업으로 행하는 근로자파견과는 달리 볼 수 있을 것이나, 이러한 경우에도 자기가 고용한 근로자를 영리를 목적으로 계속 반복해서 파견하는 경우에는 근로자파견에 해당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차별개선과 2172, 2008.11.17).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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