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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진짜 겨울이 왔다

20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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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작년 4분기 최악 매출
올 1분기도 기대 못 미칠 것

삼성전자, 수익성 방어위해
인위적으로 생산량 줄일 듯



[ 황정수/정지은/배성수 기자 ] 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어닝 쇼크’ 수준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올해 1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수요 감소로 올 상반기 내내 칩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 검토에 들어갔다.

인텔은 26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매출이 6년 만의 최저인 140억4200만달러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31.6% 감소한 수치다. 수익성에서도 월가의 전망과 달리 11억3200만달러의 영업손실과 6억61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인텔의 1분기 실적 전망도 비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회사는 1분기 매출 105억~115억달러, 주당순손실 15센트를 제시했다. 증권사 전망치 평균(매출 139억3000만달러, 주당순이익 24센트)에 크게 못 미친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인텔이 끔찍한 분기 실적을 기록했고 올해도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실적 공개 후 인텔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9.7% 급락했다.

인텔의 실적 쇼크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유례없는 공급 과잉’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반도체 수요 급감으로 칩 제조·유통·고객사 모두에 적정 수준을 웃도는 20주치가량의 재고가 쌓인 것으로 전해졌다.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올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재고 조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이 빠르게 악화하면서 삼성전자는 웨이퍼 투입량을 조절해 D램,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을 검토하고 있다. 공급을 줄여 재고를 축소하고 칩 가격 하락세를 멈추게 하려는 목적이다. 삼성전자 내부엔 지금과 같은 공급 과잉 상황이 지속되면 올 1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조(兆)단위 영업손실을 낼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상반기 내내 역풍 불 것"…삼성 1분기 '兆단위' 적자 우려
26일(현지시간) 열린 인텔의 기업설명회(IR)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에 대해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생각하지 못한 숫자”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업황에 관해선 “경기 침체 영향으로 올 상반기 내내 역풍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보다 비관적인 인텔의 업황 전망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올해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兆) 단위로 예상되는 분기 적자를 줄이는 게 급선무란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인위적 감산’에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장에 찬물 끼얹은 인텔
이날 인텔 IR에서 관심을 끈 부분은 올해 반도체 업황 전망이었다. 최근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이 TSMC, 삼성전자 등 반도체기업에 대해 매수를 권하는 분석보고서를 잇달아 내면서 시장에선 업황 개선 전망이 확산했다. 겔싱어 CEO는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설명회에서 ‘올 하반기 개선 조짐’에 대한 언급도 있었지만 발언의 대부분은 ‘신중론’에 무게가 쏠렸다.

그는 현 상황을 ‘유례없는 공급 과잉’이라고 표현했다. 또 시장 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주요 반도체 수요처인 PC 시장의 불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인텔이 전망한 올해 PC 출하량은 2억7000만~2억9500만 대다. 겔싱어 CEO는 “PC 출하량은 예상 밴드의 하단에 가까울 것”이라며 더 신중한 견해를 밝혔다. 올 상반기 서버용 칩 수요에 대해서도 “전년 동기 대비 부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늘어나는 반도체 재고도 골칫거리다. 수요가 급감하면서 제조사뿐만 아니라 유통사에도 적정 수준 이상의 재고가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의 재고 수준은 30조원, SK하이닉스는 15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반도체기업들이 현금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재고를 헐값에 넘기면서 실적이 더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1분기 ‘조 단위’ 적자 전망
반도체업계에선 비관적인 전망이 인텔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는 31일 기업설명회를 앞둔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5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D램,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락하면서 메모리사업부는 이미 적자 국면에 진입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반도체 부문 실적에 대한 시장 전망은 더 부정적이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에서 1분기 1조원, 2분기 1조5000억원 안팎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실적 방어 필요성 커져
삼성전자 경영진은 ‘인위적인 감산’ 검토에 들어갔다. 인위적인 감산은 웨이퍼 투입량을 조절하거나 최악의 경우 라인을 멈춰 생산량을 크게 줄이는 것을 뜻한다. 현재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일본 키오시아 등 경쟁사들은 지난해 10월께부터 인위적인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를 선언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인위적인 감산에 소극적이었다. 현재 상황을 유지하며 경쟁사의 손실을 유도하는 것이 중장기적인 경쟁 구도에 유리하다고 판단해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설비 재배치 등 라인 최적화와 제품 전환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산량을 조절하는 ‘소극적 감산’만 해왔다.

분위기가 바뀐 건 반도체 시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하면서 업계 최고 수익성을 자랑하는 삼성전자마저 실적 방어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1분기 적자 규모가 시장 전망치(1조원 안팎)를 크게 웃돌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통해 칩 공급량을 줄이면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멈추면서 스마트폰 제조사, 서버업체 등이 칩 구매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추가 감산을 하면 올해 하반기엔 D램 시장이 확연한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감산 동참 여부가 업황 개선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정지은/배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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